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핵심 연결고리다. 공공기관별로 수행하는 개별 핵심 기능은 물론, 정부가 중요하게 추진하는 사회 정책들도 공공기관부터 시행하여 민간으로 확산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정부 시책에 적극 부응하여 정책을 수행한 기관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그만큼 불공정한 일이 없다. 현재 신용보증기금이 바로 그런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신용보증기금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정부 시책에 따라, 2003년 전국 공공기관 중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2019년 임금피크직의 보수 산정 기준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었고, 신보는 도입 당시 기준과 원칙이 지켜지도록 유수의 로펌을 선임하여 대응하였으나 2024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며 관련 금액을 2025년에 전액 지급했다.
문제는 돌고 돌아 역시 총인건비 제도로 모인다. 소송 패소액이 총인건비에 포함되면 신보의 2025년 총인건비 인상률은 정부 지침인 3.0%를 한참 웃돌게 된다. 이에 따른 2025년 경영평가 '총인건비 관리' 항목의 무득점은 경영평가 등급의 중대한 하락으로 이어져 기관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이 사건 패소액의 대부분은 퇴직자에게 지급되었다. 총인건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건과 무관한 재직 노동자들이 성과급 삭감 등 금전적 손실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정부 정책을 성실하게 수행한 '정책적 비용'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부당하다. 신보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 사건 자문, '부제소 합의서' 작성 등 법적 분쟁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소송 발생 후에도 국내 대형 로펌을 선임하고 전담 TF를 구성해 대응하는 등 기관의 부담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기관의 패소를 결정한 만큼, 이제는 합리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소송에서 기획재정부는 소송 배경 및 특수성을 감안하여 패소액 전액에 대한 예산 변경을 승인한 바 있다. 정책적 일관성을 생각하면, 해당 소송을 예산 변경 사유로 인정한 것과 동일하게 패소액 또한 총인건비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 통상임금 판례 변경 시에도 정부는 개별 기관의 재량을 벗어난 사안임을 인정하여 총인건비 예외 조치를 시행한 전례가 있다. 신보의 해당 소송 패소액을 총인건비에서 제외하고 경평에서도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재정경제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5월 1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