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의 실현은 유니콘 기업과 비슷한 면이 있다. 누구나 원하지만 실제로 현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하지만 실제로 성공하는 사례도 드물게 나타남으로써 포기할 수 없는 과제가 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지역균형발전은 군맹무상(群盲撫象)과 다를 바가 없다. 코끼리의 일부만 만져보고 전체를 예단하는, 방법론의 양두구육과 침소봉대가 판을 친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적어도 금융산업에 있어서만은 명확한 길이 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시작한 노무현 정부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혁신도시로 대변되는 대대적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도 서울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면서 금융산업만큼은 분산이 아니라 집적의 효과를 추구했다. 국책은행들이 지방이전에서 제외됐던 이유다.
2007년 제정된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은 금융중심지를 "다수의 금융기관들이 자금의 조달, 거래, 운용 및 그 밖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국내 금융거래 및 국제 금융거래의 중심지"라고 규정한다. 또한 "정부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을 위하여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을 위한 여건의 개선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입을 위한 여건의 개선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 금융기관간 금융거래의 확대 ▲그 밖에 금융산업의 국제화에 필요한 여건의 개선에 관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금융중심지' 정책의 목적이 금융기관들을 한 군데에 집적함으로써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금융산업과 지역균형발전은 태생적으로 상호 긴장성을 가진다. 게다가 금융산업은 1, 2차 산업의 발전에 따라서 후순위로 입지하는 특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금융산업의 현재 자원을 어떻게 지역균형발전과 조화시킬 것인가이지 20여년을 애써 공들여 집적한 금융중심지의 성과를 어떻게 찢어놓을 것인가가 아니다.
이에 대해서도 이미 해법은 나와 있다. 부산, 경남, 대구, 광주, 전북, 제주 등 각 지역에는 50년 이상 지역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역민을 가장 잘 이해하며 영업해 온 6개 지역은행이 이미 존재한다. 국책은행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들은 금융중심지인 서울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각 지역에서는 지역은행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가 결합하여 지역 금융을 책임지는 구조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애먼 코끼리만 잡는 근시안적 예단을 넘어 지역균형발전에 금융산업이 진정으로 이바지하는 올바른 방향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결정을 목전에 둔 지금, 무엇을 국가의 백년지대계로 삼을 것인지 근본적으로 따져 궁구하기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8월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