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4.5일제 도입·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청년채용 확대·실질임금 인상 등 한목소리 - 윤석구 위원장 “노동자는 끝까지 대화했다…총파업 만든 건 무책임한 사용자” - 금융노조, 사측 변화 없으면 추가 총파업 등 투쟁 수위 높일 것
금융노조가 9월 4일(금)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2026년 산별중앙교섭 승리를 위한 1차 총파업을 완수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3만여 명의 금융노동자가 광화문 세종대로를 가득 메우며 주4.5일제 도입·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청년채용 확대·실질임금 인상 등 금융노조의 핵심 요구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지난 8월 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확인된 96.05%의 압도적인 지지와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의 열기가 이날 대규모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조합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면서 더 이상 일방적인 양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금융노동자들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줬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도 노동조합은 장시간에 걸쳐 요구안을 설명하며 조정에 임했지만 사용자 측 대표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여기 이렇게 파업의 현장에 나온 것이 노동자들의 잘못인가, 사용자들의 무책임함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총파업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했다.
윤 위원장은 또 금융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언급하며 주4.5일제를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객이 몰리는 영업점에서는 제대로 된 점심시간조차 보장받기 어렵고, KPI와 실적 압박 속에서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고 있으며,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금융노동자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02년 주5일제가 시행된 이후 24년 동안 단 10분의 영업시간 단축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화되고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금융환경은 크게 달라진 만큼, 이제는 변화한 금융환경에 맞춰 영업시간 단축을 비롯한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등 각 금융기관의 역할과 금융산업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윤 위원장은 “금융산업은 금융기관과 기업, 전문인력이 한곳에 모여 만들어내는 집적과 협업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와 홍콩 등 세계 주요 금융도시가 금융기관과 전문인력을 집중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우리가 서울에 남아야 한다는 이유는 정치적 이유도, 단순히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서도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금융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금융노조의 오늘의 투쟁은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선도하고 일방적인 지방이전에 맞서 노동자의 삶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투쟁”이라며 “공공기관 이전은 당사자인 노동자와의 충분한 소통과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대선 당시 금융노조와 맺은 협약과 신뢰를 저버리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단호히 맞서야 한다”며 “한국노총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40여 년 전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했던 투쟁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주 35시간·주4.5일제를 쟁취해 노동이 존중받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의미를 부각했다. 이어 “노동자를 정책 결정에서 배제하지 말고 진정한 동반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금융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 투쟁에 앞장선 만큼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도 함께 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동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과 김현준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도 투쟁사를 통해 현장의 결의를 전했다.
이동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수개월간 교섭 대표단으로 사용자 측과 직접 마주하며 확인한 것은 우리의 권리는 기다린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AI와 디지털 전환으로 높아진 생산성과 금융회사의 성장에는 금융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던 만큼 그 성과 역시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간을 줄이고 실질임금을 지키며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주4.5일제이자 금융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라며 “24년 전 금융노동자들이 주5일제를 요구했을 때도 금융산업이 망할 것이라는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26년에도 10만 금융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해 새로운 노동의 기준과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현준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으로 많은 직원들이 은행을 떠나고 조직이 큰 혼란을 겪었는데, 또다시 금융기관 지방이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인 만큼 정부가 국민과 금융노동자에게 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을 국제금융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약속과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농협 등 금융기관의 지방이전 논의는 서로 충돌한다”며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과 초심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번 총파업은 끝이 아니라 경고”라며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이 포함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왼쪽부터 문예지 코스콤(한국증권전산)지부 운영위원, 박은수 기업은행지부 국장
결의문 낭독은 문예지 코스콤(한국증권전산)지부 운영위원과 박은수 기업은행지부 국장이 맡았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오늘의 총파업은 어느 하나의 요구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노동자의 시간과 공간을 지키고,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넓히고,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며, 우리의 일터와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오늘의 총파업을 시작으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더욱 굳게 단결할 것”이라며 주4.5일제 도입과 청년채용 확대,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 및 이전기관 정주여건 개선, 실질임금 인상, 미스터리쇼핑·KPI 개선, 총인건비제 전면 개편과 금융공공기관 자율교섭 보장 등을 위해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김주영·이용우 의원,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도 총파업 현장을 찾아 금융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금융노조는 9·4 1차 총파업을 통해 확인된 10만 금융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교섭의 문은 열어두되, 사측이 여전히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며 책임 있는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추가 총파업을 포함해 투쟁의 수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