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ILO, "기재부 지침으로 공공기관 단체교섭권 침해" - 공운법 개정통해 민주적 단체교섭 제도 마련할 것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이하 양대노총 공대위)가 9월 19일(화)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ILO 권고 이행과 민주적인 단체교섭 제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정부가 각종 정부 지침 또는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공공기관 노사간 단체교섭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정면으로 부인하며 ILO 협약 제98호를 계속 위반”하고 있다며 한국 노동조합들이 제소한 사건에 대해 ILO(국제노동기구) 권고가 결정되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발표된 지침이 공공기관의 단체교섭에 실질적으로 개입(effectively interfere)하지 않도록, 지침 수립 과정(formulation)에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 할 수 있는 정기적인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3430호)를 채택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ILO권고 무시는 물론,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양대노총 공대위는 ILO권고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적인 공공기관 단체교섭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했다.
양대노총 공대위를 대표해 현정희 위원장은 "대통령이나 정부 여당이 입만 열면 법치를 얘기하지만 그들은 기재부 지침으로 공공기관 노사관계를 파탄내고 우리가 수십 년 동안 피땀 흘려 만든 단체협약을 해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이 될 수 있도록 공운법 개정에 의원님들이 큰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해 김주영 의원은 “공운법 1조를 보면 목적 사항에 명확하게 자율 책임 경영을 지원한다고 되어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윤석열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비판도 받을 것이고 국제 노동단체로부터도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경고한 뒤, “반드시 자율 교섭을 쟁취할 수 있도록 여기 온 의원들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의원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을 대표해 강은미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ILO 권고는 우리 투쟁이 국제사회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자 힘이 될 것”이라며 “국가 정책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노동 입장을 가진 윤석열 정부와 기재부에 맞서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토론회 좌장은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가 맡았다. 첫 발제로 제프리 보그트 국제노동변호사네트워크 대표이자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위원이 영상을 통해 이번 권고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보그트 위원은 "공공기관 총인건비 증가율을 제한하는 예산지침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한 경영지침 등 노사간의 단체교섭에서 다뤄져야 하는 사안을 일방적인 지침으로 발표한 것이 우려된다”면서 “특히 정부는 지침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 지침은 각 기관의 성과평가를 통해 실질적으로 강제되고 있다” 설명했다. 또한 “정부가 이들 공공기관의 명목상 기관장과 이사회 뒤에 숨어 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하면서 “결국 정부 지침에서 정한 기준이 개별 기관 차원의 단체교섭 내용을 제한하는 틀을 구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와 그들을 대표하는 조직이 완전하고 의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정부와 노동조합 간의 협의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발제는 이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가 맡았다. 이 변호사는 먼저 ILO의 역사와 현황, 구성 등 대략적인 소개로 시작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의 예산운용지침, 경영지침, 혁신지침 등 각종 지침으로 개별 공공기관과 노동조합들은 각종 지침에서 정한 것과 다른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노사 간 합의를 할 수 없고, 사실상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대부분 정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면서 “무엇보다 경영평가를 통하여 개별 공공기관의 노사 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에 강력한 영향력과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하며,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 침해 구조를 분석했다. 이어 ▲총인건비 인상률 일방 결정 ▲성과급 지급기준 및 지급률 일방결정 ▲직무급제 및 임금피크제 도입과 사내대출제도 축소 노사합의 강요 ▲총인건비 인상률을 초과하는 노사합의 무력화 ▲통상임금 소송 관련 체불임금을 총인건비 내 집행 강요 등 구체적인 제소 내용을 설명했다. 또한 “정부가 지침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가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 고용안정과 관련한 사항을 사전에 심의하고 협의하기 위하여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노정교섭을 시행할 수 있는 산하 특별위원회(가칭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 참여한 문성덕 금융노조 법률원장은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전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적으로 노동조건을 구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뒤, "ILO의 권고는 기본 협약을 비준했기에 국내법체계로 편입되어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안적 단체교섭구조의 설계에 대해서는 이석 변호사가 제안한 특별위원회 설치와 같은 구조에 동의했다. 토론자인 김유정 기획재정부 공공제도기획과 과장은 "지침을 만들 때 권고사항을 어떻게 참고할 지 고민하겠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지는 말하기 힘들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서명석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과장은 "지침과 관련해 이슈가 생겼을 뿐, 노동3권은 보장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가 투자해서 운영하고 있으므로 민간의 영역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공공기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일관성없는 입장을 밝혔다.
양대노총 공대위는 이번 토론회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ILO 권고의 이행과 민주적인 단체교섭 제도 마련을 위한 즉각적인 행보에 나선다. 먼저 9월 21일(목)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단체교섭 부당 지배·개입 중단! 공공기관 노동자 교섭기본권의 실질적 보장과 단체교섭권 확보!'를 위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발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