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10만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난 6개월간 5차례의 대표단 교섭, 30차례의 실무급 교섭,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조정 중지, 그리고 6차례의 대대표교섭 등 총 43회의 교섭이 있었습니다. 대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사측은 오히려 이를 명분 삼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안 된다던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중앙노사위원회 주요 요구사항에 대한 사측의 최종 답변이었습니다.
올해 모 은행장은 상반기에만 연봉 18억 6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4조 1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3.5%로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4대 시중은행은 정규직 직원을 11% 이상 줄여 인건비 부담을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은 여전히 '수용 불가'만을 외치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을 뺀 물가상승률 3.5% 임금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연초에 거셌던 '돈 잔치' 비난과 금리상승으로 고통받는 고객들을 생각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살찐 고양이들'은 노동력을 쥐어짜고, 비용 절감을 강요하며 더 많은 이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이익을 내기 위해 헌신한 우리에게 실질임금 삭감안인 1.7%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중앙노사위원회 요구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피크제의 단계적 폐지 주장을 수정해 '임금피크 직원 근로시간 단축 조치'만 요구했지만, 논의조차 거부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이 시범실시하는 주4일제는 커녕 주4.5일제 시범실시도 거부했습니다.
특히, 사측은 금융노사의 오랜 사회연대 노력인 노사공동 사회공헌기금 출연 요구도 뭉갰습니다. 사회공헌기금 거부는 논리조차 없었습니다. 2012년 이후 4차례의 산별교섭 합의로 설립된 금융산업공익재단은 금융취약계층 지원과 빈곤퇴치, 불평등 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3년 내내 노측의 추가출연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사용자들은 우리 금융노동자들이 온몸으로 받고 있는 '돈 잔치' 비난을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모든 노동자는 물가상승률과 생산성 향상을 토대로 임금인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경영 참여, 그리고 디지털화로 인한 이익을 공유할 권리가 있습니다. 낮은 임금인상률은 소비 위축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소득 감소, 극소수 부유층만의 자산증가로 이어져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를 더욱 확대할 뿐입니다.
금융노조의 산별합의는 타 산업에까지 영향력을 미칩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책임때문에라도 요구안 관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단체협약 개정이 없는 해의 교섭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이유는 교섭 막후에 숨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주 회장들과 금융당국 때문이었습니다. 교섭의무가 없는 사용자들, 민간회사의 노사교섭에 개입하는 정부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합니다.
명동 은행회관에서 <실질임금 삭감 저지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야농성> 5일 차를 맞고 있습니다. 명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곳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명절 이후 전 조직 공동 선전전과 10월 6일(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합니다. 10월 11일(수) 저녁에는 다시 한번 서울시청 근처에서 전 조합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이 남아 있습니다. 함께 모여 어떤 노동자도 임금삭감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돈 잔치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것을 당당하게 외칩시다. 사회와 회사의 주인은 우리 노동자들임을 선언합시다. 현장의 분노를 조직해 다시 한번 금융노조의 단결과 연대의 깃발 아래 모입시다.
2023.9.19.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