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근본적인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
DLS/DLF 사태에 대한 반성으로 금융당국은 2019년 11월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고위험 상품의 은행창구 판매 금지'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결국 금융당국은 50% 이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ELS의 계속 판매를 허용했고, 4년 만에 똑같은 방식으로 '소를 잃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 경고등이 들어온 지난해 11월에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홍콩지수 연계 ELS의 낙인 규모가 증가했으나 대부분 내후년부터 만기가 도래해 단기간 내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안일한 태도를 취했다. 늘 그랬듯 감독당국의 무사안일주의 끝에 대형 금융사고가 뒤따랐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
ELS는 은행들이 오래 판매해 온 상품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H지수가 50% 이상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니 안심하고 팔라고, 경쟁은행보다 비이자이익을 더 내야 하니 KPI에도 넣고 프로모션도 하라고 한 것은 명백히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영진의 잘못이다. 더 큰 문제는 뒷수습마저 엉망이라는 점이다. 협회 차원의 공동대책이나 금융노사간TF 구성은 고사하고 개별 은행 내에서도 상품그룹이 잘못 했네, 영업그룹이 잘못 했네 서로 책임을 미루며 우왕좌왕이다. 경영진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언론은 고령자 판매와 일부 창구에서의 불완전판매에만 초점을 맞춰 기사를 생산해내고, 직원들은 정신과 치료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다.
규제완화 > 감독 소홀 > 과도한 수익추구 > 금융사고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사태수습과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자장사', '완전경쟁' 등 엉터리 진단을 반성하고, 은행들을 과당경쟁으로 내모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경영진들은 즉시 고위험상품에 대한 KPI 부여와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지부 및 산별노사 차원의 공동TF 구성에 협조해야 한다. 직원들에 대한 법률구조 대책을 마련하고, 직원 및 고객 인권보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책당국의 규제완화, 감독당국의 늑장 대책, 경영진의 과도한 수익추구라는 금융산업의 고질병을 고칠 마지막 기회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경제성장 촉진이라는 금융업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금융당국과 경영진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2023년 12월 2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