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인건비제 첫 균열, 공공기관 전체로 확산돼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7개월간의 치열한 교섭과 투쟁 끝에 총인건비제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 11일 체결된 2024년 임단협에서,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임금 상승분을 총인건비 항목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간 공공기관은 총인건비제의 틀에 묶여 정당한 보상은 커녕, 체불임금에 시달려왔다. 이번 합의는 금융위원회가 경영예산심의회를 통해 통상임금 확대분을 총인건비 산정에서 제외한 결정에 따른 것으로, 제도의 모순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다. 이 성과가 기업은행을 넘어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공공기관 통제의 핵심수단, 총인건비제
기획재정부는 총인건비제로 모든 공공기관의 예산을 일괄적으로 통제해왔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했으며, 실질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단체교섭권 침해는 물론, 초과근무 수당조차 '한도 초과'라는 이유로 지급되지 않는 임금체불이 반복됐다. 또한 인력부족, 승진적체, 임금격차 확대, 비정규직 확산, 민간위탁 증가 등 각종 구조적 부작용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총인건비제는 '자율'이라는 외피를 두른 채,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기재부의 핵심 수단으로 작용해왔다.
멈출 수 없는 흐름…총인건비제 개선해야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총인건비제에 첫 균열을 낸 기업은행의 사례를 시작으로, 이제는 노정교섭을 통해 모든 공공기관의 통상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총인건비제의 틀에 가로막혀 지급되지 못한 초과·연장근무 수당 문제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총인건비제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을 제도적 대안 마련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때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공공기관 운영 방식 개편의 일환으로 공운위 내 보수위원회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50만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정부를 향해 정당한 교섭을 요구하는 날도 머지않았다.
2025년 7월 1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