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금융노조 조합원 동지 여러분!
2025년 산별중앙교섭이 최종 결렬됐습니다. 사측은 끝내 우리의 요구에 책임 있게 답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을 살리자는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했습니다. 이번 교섭은 단지 임금 몇 퍼센트를 두고 벌이는 협상이 아니었습니다. 저출생, 돌봄 공백,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의 시간을 재구성하고 산업을 전환하자고 요구한 자리였습니다. 지난 8년간 금융노동자의 출생아 수는 64% 넘게 줄었고,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를 시간, 가족과 함께할 여유, 지역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학문적, 실증적, 역사적으로도 주 4.5일제 도입의 당위성은 이미 충분히 증명됐습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주 4.5일제만큼 효과적인 일자리 정책, 저출산 해결책, 내수 경제 활성화 대책이 없다고 평가합니다. 심지어 부동산 안정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 4.5일제는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저출산위원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까지 망라하는 범정부적 사업이자 지속 가능한 국가 전략입니다. 새로운 정부에 ‘주4.5일제 부총리’가 신설된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지만, 계절이 흐르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지독한 더위도 결국 계절을 거스를 수 없듯, 주4.5일제 또한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시대적 변화입니다. 금융산업은 그 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2002년, 전 산업 최초로 주5일제를 도입했고,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영업시간을 줄이면서도 서비스의 공백 없이 제도를 운영해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금융권 전체가 하루 1시간 영업을 단축했을 때, 영업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고 오히려 이익은 늘어났습니다. 고객 불편은 사실상 ‘0’으로 수렴됐고, 노동자의 만족과 효율성은 크게 증대됐습니다. 도입하면 됩니다.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여전히 ‘고객 불편’을 내세우며 시기상조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765개 점포를 폐쇄하고 7천 명이 넘는 인력을 줄여 고객 불편을 키운 장본인이 바로 사측입니다. 결국 창구 이용의 불편과 서비스 지연으로 이어졌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습니다. 게다가 임금인상률은 물가를 따라가지 못했고,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약속했던 신규 채용 확대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남은 것은 줄어든 임금과 늘어난 업무뿐입니다. 사측은 이를 외면한 채 무책임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언제까지 우리만 희생해야 합니까?
20년 전, 금융노조가 주5일제 도입을 선언했을 때도 사용자와 재계는 “금융이 멈추면 대한민국이 멈춘다”며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는 곧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금융이 바뀌니 대한민국이 바뀌었고, 저녁이 있는 삶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시대적 전환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저고용, 저출생, 고령화, 청년 실업, 경기 침체라는 먹구름을 걷어내고 맑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바로 주4.5일제입니다.
함께할 때 변화는 현실이 됩니다. 지난해 불법계엄 시도라는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광장에 나섰던 것도 금융노조였습니다. 책임 있게 행동했기에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새로운 싸움 앞에 서 있습니다.
동지 여러분, 지금 도입해야 합니다. 내일은 늦습니다.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될 전환의 깃발을 높이 들고, 미래를 향해 함께 달려갑시다. 우리의 시간, 우리 손으로 다시 만들어냅시다.
2025년 8월 28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