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됐다. 파격적인 6%대 금리의 이 적금상품을 두고 정부는 연일 7~8% 금리효과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간 현 정부의 관치금융에 혀를 내두르던 금융인들은 관치금융 상품의 출현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청년세대 자산 형성을 지원하자는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극도의 경쟁과 불안감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분명 희망을 주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정책의 우선 순위, 실행 방법, 추진 배경이다.
문제는 청년자산형성이 아닌 청년부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청년부채 문제다. 만 19∼39세 청년 가구의 평균 부채는 지난 10년간 2.5배 급증했고,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에서 빠진 청년도 적지 않다. 청년들 중 다수가 저신용자로 처음부터 2금융권이나 사금융으로 빠져 고금리와 상환원리금 급증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단시간노동자, 플랫폼, 프리랜서, 비정규직, 사회초년 노동자에 대한 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이들이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때 채무조정, 감면 등을 확대하는 방안부터 마련했어야 했다. 또 청년들의 생활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거비 문제, 비정규직 축소 문제에 대해 책임감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포퓰리즘 상품 이면에 숨어 있는 금융소비자 피해
실행 방법도 완전히 잘못 되었다. 6월 8일 3.5%대 기본금리 잠정 고시 이후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당국은 은행을 쥐어짜고 압박해 기본금리를 1%나 올렸다. 결국 생색은 정부가 내고 은행은 많이 팔면 팔수록, 금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역대급 '관치금융×포퓰리즘' 상품이 탄생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은행의 손실이 다른 청년들과 청년 외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예금평균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한쪽에서 발생된 손실을 메꾸기 위해 은행은 저신용자에 대한 진입문턱을 높일 것이다. 언론 보도대로 그 손실이 수 조원에까지 이른다면 금융취약계층이 입을 피해도 수 조원 수준이 된다.
세대갈등 유발, 시장경제 역행... 관치금융 부작용 우려
추진 배경과 시점도 의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69시간 근로시간 개악과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문제로 이탈한 20, 30대 청년층을 포섭하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지, 심지어 정부여당에 완전히 등을 돌린 40, 50대 '낀대'(낀세대)를 갈라치기하겠다는 의지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갈등조정이라는 정치의 역할을 망각한채 오히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나쁜 정치'의 표본이다.
1년 전, '자유'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며 취임한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은 정반대로 돌진하고 있다. 은행을 '공공재'라고 하더니 이제는 정부가 예금금리를 정하던 1993년 금리자율화 이전으로 금융산업을 퇴보시켰다.
금융산업 사용자들 역시 사회공헌 활동을 거부하며 '과다이익 리스크' 사태를 방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노조는 작년에 이어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도 3,200억 규모의 노사공동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제안했으나 사용자측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단 1원도 출연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프로골프단 운영비까지 사회공헌 활동액에 포함하며 'ESG 워싱'을 일삼더니 당국의 팔꺾기에는 천문학적 손실을 스스로 떠안았다. 자업자득이다. 금융 사용자들은 지금이라도 당국과 판매한도 협의에라도 나서길, 그리고 제발 제대로 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2023년 6월 1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