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국정감사에서 “KPI 시스템에 매우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며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를 장기적 관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이를 금융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 신호로 평가하며 환영한다. 이번 발언이 그동안 금융현장을 옥죄어온 성과 중심의 왜곡된 문화와 구조를 바로잡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단기 성과주의가 초래한 왜곡된 금융현장
지난 수년간 금융지주사들은 금융의 공공성과 소비자 보호는 외면한 채 단기 수익과 경쟁 실적에만 몰두하는 경영 구조를 강화해왔다. KPI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실적 경쟁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작동했고, 고객의 신뢰보다 수익이, 장기적 안정성보다 단기성과가 우선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금융은 본래의 공적 역할을 잃고, 과열된 경쟁과 과도한 성과 압박이 일상화된 산업 구조로 변질되었다. 경영진은 단기 인센티브에 집착하며 지속가능한 금융 전략을 외면했고, 현장의 노동자들은 책임만을 떠안는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일해왔다. 이러한 단기 성과주의는 금융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약화시키고, 국민이 금융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금융을 위한 KPI 개혁
이제 금융의 평가 체계는 ‘얼마나 팔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가능한가’를 기준으로 바뀌어야 한다. KPI는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ESG와 기후금융 같은 사회적책임 지표를 확대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평가항목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경영진과 현장이 함께 리스크에 책임을 지는 윤리적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KPI 개편을 위한 노정 협의체 복원
KPI 개편은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라, 금융의 철학과 방향을 다시 세우는 사회적 과제이다. 금융노조는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 노동조합이 함께 참여하는 ‘금융산업 공공성 및 KPI 개편을 위한 노정 협의테이블’을 정례화할 것을 제안한다. 현장의 노동자가 참여하고 정부가 책임 있게 응답할 때, 금융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성과가 아닌 신뢰, 이윤이 아닌 공공성을 중심에 둔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전환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