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구 위원장, "교각살우식 과도한 제재, 금융시장 더 큰 충격 줄 수 있어" - "과징금 산정 기준·제재 근거 논란" 지적…청와대에 금융노조 입장 전달
금융노조는 3월 16일(월)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H지수 ELS 사태와 관련한 과징금 제재 추진을 비판하며 금융위원회의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는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본조 간부와 지부 대표자, 상임간부 등 약 50명이 참석해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오는 18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홍콩 H지수 ELS 관련 과징금 규모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열렸다. 금융노조는 제재 과정에서 과징금 산정 기준의 불명확성, 손실 미발생 판매분 포함 가능성, 자율배상 이후 이중 부담 문제 등이 제기돼 왔음에도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언급하며 과도한 제재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윤석구 위원장은 "요즘 금융시장을 보면 교각살우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조치를 취하다가 금융시장과 경제 전체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 전쟁 장기화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금리는 오르며 회사채 시장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다시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금융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며 "ELS 판매로 은행들이 얻은 수익은 약 1,000억 원 수준인데 이미 1조3,000억 원을 자율배상했고 여기에 1조4,000억 원의 과징금까지 부과하겠다는 것이 상식적인 결정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고 그 결론을 설명하기 위한 논리를 짜맞추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법에도 없는 의무를 사후적으로 만들어 제재 근거로 삼는 것은 금융감독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 발언에 나선 문성찬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과도한 과징금이 고용과 금융회사 경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문 위원장은 "최근 법원은 홍콩 H지수 ELS 관련 소송에서 은행의 판매 과정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사법부의 판단이 있음에도 금융당국이 결과론적 책임만을 앞세워 과도한 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과도한 과징금이 결정될 경우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이 한국 소매금융 사업에 대해 더욱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사업 축소나 자본 회수 전략이 가속화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과징금 결정이 그룹의 잘못된 판단을 부추기는 방아쇠가 되지는 않을지, 그로 인해 고용과 일터가 위협받지 않을지 현장의 노동자들은 큰 불안 속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도한 과징금은 결국 현장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은 김용환 신한은행지부 위원장과 김정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이 맡았다.
기자회견문에서는 "지금까지의 제재 절차를 보면 결론을 먼저 정해 놓고 그에 맞는 근거를 끼워 맞추는 과정처럼 보인다"며 "마치 범인을 미리 정해 놓고 증거를 맞춰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연구 결과와 관련해 "상품 설명서를 강화했을 때 고령자 가입 ELS의 위험수준 변화는 1%포인트 남짓에 불과했다"며 "상품 설명 방식만으로 판매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백테스트 미제공 문제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어디에도 백테스트 결과 제공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률에 없는 의무를 사후적으로 만들어 제재 근거로 삼는다면 이는 금융감독이 아니라 금융폭거"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규제와 책임 전가는 금융회사의 위험 회피를 부추기고 금융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가 ‘짜맞추기식 부당 제재’를 중단하고 법률과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에 노동조합의 입장문을 전달하고 ELS 과징금 산정 기준 재검토와 금융회사 제재 기준 전반의 개선을 요구했다.
앞으로도 금융노조는 금융위원회의 과징금 결정 과정과 이후 제재 절차를 끝까지 지켜보며 금융산업과 금융노동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