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특정 개인의 사금고도, 권력의 전리품도 아니다. 지난 60여 년간 200만 농민과 1만 6천 노동자가 피땀으로 일궈낸 농협은 국가 경제의 실핏줄이자 자주적인 협동조직이다. 그러나 지금 농협은 강호동 회장의 추악한 비위와 이를 빌미로 조직의 안방을 차지하려는 정부의 노골적인 관치 시도로 인해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노조는 농협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든 시도를 분쇄하기 위해 10만 조합원의 이름으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을 엄중히 선포한다.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농민과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무참히 짓밟은 강호동 회장의 비위 행위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의 황금열쇠 수령과 선거 답례를 위한 4억 9천만 원 상당의 농협재단 사업비 무단 지출, 그리고 측근을 통한 재단 자금 유용 등 드러난 비리만으로도 그는 이미 조직을 이끌 자격을 상실했다. 심지어 임직원 사택 기준을 한참 초과한 12억 원 규모의 호화 사택 계약과 농민들이 재난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자행된 수천만 원대의 호화 해외 출장으로 농협을 자신의 사유물로 여기는 오만함의 극치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이같은 명백한 범죄 사실로 강호동 회장이 경찰의 장시간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음에도 농식품부 장관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농협법은 법령과 정관을 위반하여 조직에 손실을 끼친 임원에 대해, 농식품부 장관이 즉각 '직무 정지'를 명하거나 사실상의 해임 처분인 '개선(改選)' 조치를 취할 것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장관의 선택적 재량이 아닌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다. 그럼에도 법 집행을 미루며 강호동 회장을 해임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농식품부 장관은 법이 부여한 감독권의 칼을 엄중히 뽑아 들어 강호동 회장을 즉각 해임하라.
또한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정부가 부패 척결이라는 미명 아래 농협의 자율성을 통째로 침탈하려는 시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1일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은 별도 특수법인인 '농협감사위원회'를 설립하여 중앙회는 물론 자회사와 지역농협까지 정부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독소 조항을 담고 있다. 이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관치의 말뚝을 박아 농협을 정부의 통제 하에 두려는 파렴치한 시도이다. 대한민국 헌법과 농협법은 농협이 농업인의 자주적인 자조조직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국가의 부당한 간섭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리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구실 삼아 감사 기구를 관치화하고 인사와 경영 전반에 정부의 말뚝을 박겠다는 것은 자율성이라는 성벽을 허물고 농협을 관료들의 전리품 창고로 만들겠다는 반헌법적 시도이다. 우리는 관치의 망령이 농협을 잠식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조직의 혼란을 기회 삼아 '관치농협'을 획책하는 이재명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진정한 농협 개혁은 관료들의 졸속 행정이 아니라, 농협의 주인인 농민과 노동자의 준엄한 명령에 따른 비리 주범 강호동의 즉각적인 해임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강호동의 비리를 빌미 삼은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의 안방에 점령군을 심어 농민과 노동자를 정부의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파렴치한 시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정부가 진정 농협의 개혁을 원한다면, 노동조합과 농민단체가 주체로 참여하여 농협을 투명하고 정의롭게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 토대부터 마련하라. 1만 6천 노동자의 동의 없는 모든 제도 개편은 원천 무효이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기 위한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
금융노조 42개 지부는 NH농협지부 동지들의 단결된 투쟁에 10만 조합원의 굳건한 연대로 화답할 것이다. 정부는 농협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노동자의 일터를 정략적 제물로 삼으려는 모든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농협의 백년대계를 난도질하는 배신 행위는 민심의 거센 역풍과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금융노조는 비리 주범 강호동이 즉각 해임되고, 관치의 말뚝을 박으려는 모든 시도가 완전히 분쇄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결집해 전면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2026년 4월 9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