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최대한 하되 몰아서 하겠다"고 밝히며, 2차 이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6월 15일 광역단체장 당선자들과 만나 공공기관 2차 이전을 포함한 국토공간 대전환 논의를 본격화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금융공공기관을 넘어 농협 등 금융기관까지 특정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 시도가 군불을 때는 수준을 넘어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
분명히 경고한다. 금융기관 지방이전은 국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자해행위이다. 금융산업은 정보와 자본, 인재, 소비자, 정부 정책이 금융중심 생태계 안에서 긴밀하게 맞물릴 때 경쟁력을 갖는 산업이다. 정책금융 역시 산업정책, 기업금융, 자본시장, 외환·수출금융, 중소기업 지원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금융기관을 기존 금융중심 생태계에서 떼어내는 순간 이 연결망은 약해지고, 정책금융의 속도와 정밀도, 시장 대응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기관 지방이전은 지역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연결망을 끊고 국가경제의 혈관을 훼손하는 금융산업 파괴 정책이다.
진짜 지역균형발전은 금융기관을 강제로 옮기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지역에서 기업이 창업하고, 버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의 대동맥과 모세혈관을 굳건히 세우는 것이야말로 실질적인 균형발전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은행 점포가 1개 줄어들면 신생기업은 29개 감소하고 소멸기업은 33개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금융기관 간판 이전이 아니라 은행점포 폐쇄 방지, 지역밀착 신용평가 강화, 지방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금융 확대부터 추진해야 한다.
주4.5일제 역시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 대안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지역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가족과 돌봄의 시간을 회복하며,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문화·관광, 생활서비스 소비를 활성화하는 생활권 경제 정책이다. 지역경제의 바닥을 지탱할 정책은 미뤄둔 채, 왜 금융기관 강제이전만 번개불에 콩 볶듯 밀어붙이는가.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지역금융 인프라를 확충하고, 은행점포 폐쇄를 막고, 정책금융의 지방 공급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급여 삭감 없는 주4.5일제로 생활권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에서 살고, 일하고, 돌보고, 소비할 수 있는 정주 여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의 이름으로 금융기관을 강제로 옮기는 것은 지역도 살리지 못하고 국가 금융경쟁력 기반까지 무너뜨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될 것이다.
금융노동자의 삶과 금융기관의 기능은 정권과 지자체가 마음대로 배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선거 공약의 전리품도, 지역 간 정치적 흥정의 대상도 아니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이름으로 금융기관 지방이전을 계속 거론하고 추진한다면, 금융노조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오는 7월 4일 양대노총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금융노조는 10만 금융노동자의 결연한 의지로 정략적 강제이전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2026년 6월 18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