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최근 발표된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평가는 캠코 노동자들의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총인건비제와 경영평가라는 비합리적 통제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냈다. 기관은 정부 지시에 따라 역할을 했지만 정부는 기준을 바꿨고, 그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논란이 된 항목 중 하나는 국유재산 매각 실적이다. 2025년 11월, 대통령실은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매각은 전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은 불가피한 매각의 경우에도 사전 재가를 받도록 하는 등 매각 절차를 통제했고, 캠코 역시 국유재산 매각을 중단한 뒤 소관 부처에 목표 조정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최종 평가에서는 계량 감점과 함께 비계량 D등급이 부여됐다. 정부 정책으로 사업 여건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이러한 변화가 합리적으로 고려돼 평가에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기관이 처한 여건과 경영 노력을 함께 평가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관이 정부 정책을 믿고 수행하겠는가.
더 큰 문제는 총인건비 관리 지표다. 캠코는 하위 직급 미승진자 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해소 계획을 수립했고, 해당 계획은 2023년과 2024년 기획재정부 계량평가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추진됐다. 그러나 경영평가단은 2025년 11월 지표 작성요령을 변경한 뒤 이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 기존 계획을 문제삼았고, 그 결과 총인건비 초과를 이유로 해당 지표를 최하점으로 처리했다. 정부가 승인한 계획을 믿고 집행했는데, 연말에 기준을 바꿔 최하점을 준 것이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평가인가. 정부 스스로 승인한 기준을 뒤집어 놓고 기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정이며, 정상적인 기관 운영을 가로막는 처사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경영평가 제도 자체에 있다. 정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의 예산과 성과급, 기관 운영 전반을 통제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기관장의 경영은 물론 노동자들의 처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그 기준은 과연 현실적인가. 과연 객관적인가. 정부 정책 변화와 기관별 특성, 현장의 불가피한 여건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기준과 이로 인한 고무줄식 평가 결과만 남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제 역할을 다했는지를 평가해야하는 본질은 사라지고, 공공기관을 길들이는 족쇄로만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경영평가를 더욱 부추기는 것이 총인건비제다. 기관마다 설립 목적도, 인력 구조도, 경영 환경도 모두 다른데 정부는 하나의 잣대로 모든 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해도, 법원이 판단해도 총인건비제가 가로막는다. 캠코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에서도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했고, 갈등이 촉발된 바 있다. 현장의 갈등을 조장하고 공공기관을 길들이는 전가의 보도로만 남은 것이 지금의 총인건비제다.
결국 피해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캠코 노동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정부가 승인한 계획에 따라 조직을 운영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경영평가와 성과에 대한 불이익이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묵묵히 일한 노동자가 피해를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어느 공공기관이 책임 있게 일할 수 있겠는가. 공공기관은 평가점수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금융노조는 반복되는 비정상적 경영평가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총인건비제와 경영평가 제도의 전면 개혁을 강력히 요구한다. 권한은 정부가 쥐고, 책임은 기관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지금의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을 통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낡은 방식으로는 공공성도, 책임경영도, 국민을 위한 서비스도 지킬 수 없다. 정부가 낡은 구태를 끊어내는 그날까지 금융노조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6년 6월 2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