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검찰청이 지난 6일 고영철 신협중앙회장과 최영균 기획이사의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무혐의나 결백의 확인이 아니라,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처분이다.
다수 선거인의 사실확인서와 수사기관 진술, 통화 녹취록, 문자메시지와 명함 등 구체적인 자료가 제출됐고, 경찰도 이를 검토한 뒤 신협중앙회장 등을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역시 수사 결과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신협중앙회지부의 문제 제기가 막연한 의혹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신협중앙회지부와 중앙회 경영진 사이의 내부 갈등이 아니다. 신협중앙회장은 전국 신협의 운영 방향과 중앙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제34대 신협중앙회장 선거는 863명의 제한된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치러졌고, 현 신협중앙회장은 투표에 참여한 784명 중 301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처럼 한정된 선거인단을 상대로 선거운동기간 이전부터 장기간 접촉과 지지 호소가 이루어진 것은 신협중앙회장 선거의 공정성과 협동조합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신협중앙회장과 신협중앙회는 기소유예 처분으로 법적 불확실성이 정리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사건이 마무리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고 해서 검찰이 인정한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소유예를 무혐의나 면죄부처럼 포장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더욱이 신협중앙회장 선거운동에 관여한 범죄 혐의가 인정된 인사가 선거 이후 신협중앙회의 핵심 보직인 기획이사로 임명됐다. 선거 관여 혐의를 받은 인사를 핵심 보직에 앉혀 보은 인사 의혹을 자초한 책임 역시 신협중앙회장에게 있다. 선거 과정의 위법 혐의와 선거 이후의 인사 논란은 현 신협중앙회장 체제의 정당성과 신뢰를 함께 흔드는 문제다.
신협은 조합원의 신뢰와 민주적 운영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협동조합이다. 중앙회장의 권한 또한 조합원과 회원조합이 부여한 신뢰에서 나온다. 그러나 선출 과정에서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고, 선거 관여 혐의를 받은 인사를 핵심 보직에 임명한 회장을 조합원과 임직원이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신협중앙회장은 전국 신협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갖춰야 할 도덕적 정당성과 리더십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신협중앙회장이 해야 할 일은 검찰의 기소유예 뒤에 숨어 사건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 혐의와 기획이사 임명에 대해 조합원과 임직원 앞에 직접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더 이상 기소유예를 방패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신협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에 스스로 책임지고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
형사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고 해서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협동조합 민주주의의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까지 사라질 수는 없다. 금융노조는 신익동 위원장과 신협중앙회지부 조합원들의 책임 규명 투쟁을 끝까지 지지하며, 신협중앙회장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때까지 10만 금융노동자와 함께 싸울 것이다.
2026년 7월 8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