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고토의 통재(痛哉)라 아니할 수 없다. 금융산업 10만 노동자의 수장 자격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정치인의 면목을 마주하며 울 수밖에 없는 쓰디쓴 개탄의 비명(悲鳴)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이 된 국회 정무위 박홍배 의원은 10만 금융노동자가 단일 산별노조로 조직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다. 금융노조 위원장이 중도 사퇴하고 국회에 진출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럼에도 그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것은, 2024년 ‘반노동세력 심판과 반금융정책 저지를 위해 박홍배 위원장을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추대하기로 결의’한 금융노동자들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단의 이유는 간명하다. 10만 금융노동자를 대표하여,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금융산업의 올바른 발전과 노동권 확장을 위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홍배 의원은 이러한 결정의 초심을 완벽히 배반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해 “부산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누구보다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조직을 대표하는 위원장으로서 조합원이 원하는 입장을 대변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으로서, 산업은행을 포함해 최대한 많은 기관이 내려와 부산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당연히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그야말로 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의 최선봉장이었다. 2020년 11월 성명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시도를 “기관의 특수성과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 없이 정치적 제물로 이용하려 하는 것이 명백하다”면서 “그 어떠한 실익도 얻지 못한 채 국가균형발전의 기여가 아닌 정책금융의 기능 약화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대선 정국에서도 성명을 통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곧 동아시아 금융중심지 정책의 포기”라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마저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각 기관의 경쟁력 상실을 넘어 전체 대한민국 금융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틀린 바가 없다. 한국산업은행은 한국 정책금융기관의 시초이자 맏형으로서 국내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기둥과도 같다. 산업화 초창기 정부를 대신한 정책자금 수혈의 영역을 넘어서, 이제는 한국 산업 전체의 전환까지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한국 경제의 대동맥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또한 수출입,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 등 대외 경제 협력은 물론 남북협력기금까지 전담하는 기관으로 그 역할의 중요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의 첨병으로서 일반 시중은행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까지 정책금융을 공급하는 한국 산업계의 실핏줄이다. 농협까지 포함하여 각각의 국책은행 설립 근거법마다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명시해놓은 것은 국가경제를 위한 정책적 당위성 때문이며,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 이유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과거 성명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의 득표만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것이 제1야당이 할 짓인가?”라고 물었던 박홍배 의원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지역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10만 금융노동자와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 금융노조 위원장 출신 국회의원이 취할 태도인가? 국책은행 지방이전이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옳은 이유는 무엇인가?
2024년 총선 출마를 알리는 담화문에서 “동지들의 요구와 염원을 가지고 국회라는 새로운 현장으로 향하겠다. 저 스스로 금융노동자임을, 동지 여러분께서 선출해주신 금융노조 위원장임을 잊지 않겠다. 노동자 국회의원, 금융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던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불문율까지 깨면서 자신을 국회로 보낸 어제의 동지들을 무슨 염치로 낯을 들고 볼 것인가? 반노동세력 심판, 반금융정책 저지의 초심이 남아 있기는 한 것인가?
금융노조는 그러한 집단이 아니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10만 금융노동자의 자주적 결사체로서, 우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그러한 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 비록 어제의 동지였다 할지라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원칙과 금융노동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선택에는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며 오직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위하여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표심의 허상에 휘둘리는 정치권에도 강력히 경고한다. 정치적 유불리 앞에 무너지는 약속은 사상누각의 환상일 뿐이며, 그러한 세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공동체 전체의 공적이다. 실체 없는 지방이전 효과로 국민을 호도 말고 국가 산업 전체를 아울러 미래를 설계하라. 국책은행, 협동조합 지방이전을 강행한다면 그 누구라도 10만 금융노동자 전체의 총력투쟁을 반드시 각오해야 할 것이다.
2026년 8월 1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윤석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