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월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과 공공기관 미지정 기관을 포함한 190여개 기관을 통합하거나 분할, 기능을 조정하여 109개 기관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5개 산별 조직으로 구성된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이번 기능개혁 방안에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를 후퇴시킬 우려가 큰 통폐합-기능조정 방안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 또한 기능개혁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와의 실질적 협의나 사회적 공론화를 배제한 정부의 비민주적 밀실 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정부는 정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공공기관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정책 추진의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노동계 역시 불평등, 기후위기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공공기관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전환의 방향이다. 대국민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관료 통제 중심의 공공기관의 운영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전환의 방향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기능개혁 방안의 내용은 공공성보다는 양적 축소와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전략적 구조개혁 분야나 유사‧중복기관 통합의 경우 발전5사, 코레일‧SR처럼 이미 사회적 합의가 완료되어 추진 중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동안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며 논란이 되어 온 통합 방안도 다수 포함되었다.
109개 감축 규모 중 76.1%를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이 차지한다. 통합의 적절성과 문제점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지시한 2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이 약한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이 무분별하게 포함시킨 것 아닌지 묻고 싶다. 원청의 책임 확대와 실질적 처우 개선 없는 수평 통합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설립된 자회사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은 비민주적이었다. 이번 계획은 소수 관료와 전문가가 주도하에 철저한 비공개 속에서 만들어졌다. 공공서비스의 주체인 노동조합, 이용자 등 당사자 의견 수렴과 사회적 공론화는 부재했다. 9월 3일 9시 30분 소집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0여 개 대상 기관의 109개 감축 방안을 1시간 만에 졸속적으로 의결했다. 노동조합의 요구에 따라 정부와 양대노총이 몇 차례 협의를 했지만 형식적 논의에 그쳤다. 정부는 앞으로 노정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확정된 계획의 단순한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은 결코 실질적인 협의가 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검증과 보완에 나서라. 아직 늦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기능개혁 방안을 최종 확정된 계획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공개적인 토론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각 통폐합 및 기능개혁 방안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이 확인되거나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은 추진을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등 과감하게 수정·보완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제2회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발표하는 데서 끝날 게 아니고, 현장을 꼼꼼히 점검하고 개선할 부분은 신속하게 보완하는 것이 국민 체감 국정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정책 역시 발표로 끝내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철저한 검증과 사회적 공론화, 실질적인 노정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것임을 국민 앞에 분명히 확답하라.
아울러 통폐합 과정에서 고용불안과 청년 일자리 축소, 노동조건 악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정원과 총고용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예산 지원과 총인건비 조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양대노총, 공공기관 노동계가 참여하는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노정협의체를 즉시 가동하라. 양대노총과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는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운영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기관 수 감축과 비용 절감만을 목표로 한 개혁을 강행하고 밀실행정을 지속한다면, 공공기관 노동자와 국민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발표가 끝이 아니다. 검증과 협의, 보완을 거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공기관 개혁으로 완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