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행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 금융당국이 지주사 회장에게 집중된 인사 권한의 분산과 은행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인지 주목된다.
구태와 인습에서는 벗어나야겠지만, 참호 구축 현상 근절만을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시중은행의 은행장이 갖춰야 할 덕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금감원이 제시한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선별해야 한다"는 기준은 가장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할 수준의 공정성일 뿐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지는 못한다.
국내 시중은행은 저마다의 비전과 가치를 가지고 성장해 왔다. 시중은행 한 곳 한 곳은 고객의 분포는 물론이고 포트폴리오와 성장 전략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역사와 서사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성장하는 유기적인 조직체와 같다. 이러한 은행을 이끌어가는 은행장이 단순히 실적으로 평가받는 기계여서는 안된다. 그 은행 조직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해당 시중은행을 이끌어갈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은행장은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에 이르는 '사람'을 책임지는 자리다.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에 이르기까지, 은행장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사람의 수는 절대 적지 않다. 따라서 은행장이 갖추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은 수많은 직원, 적어도 그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열린 자세로 소통하려는 의지다. 그러한 의지가 없다면 시중은행을 이끌어갈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간 은행장 인선 시기마다 수많은 잡음이 있었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는 탓에, 제도의 설계와 실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해관계자들의 민주적 참여이다. 제도적 절차는 그것대로 이행해 나가되 정작 중요한 부분은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금융노동자 또한 현장의 시각으로 이를 판단할 것이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노동자의 힘으로 바로잡아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