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대한민국 금융중심지의 경쟁력과 서울의 경제·금융 기능을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19일 제53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열고 「제7차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2026~2028)」을 심의해 금융산업 혁신 제고, 글로벌 수준의 금융인프라 구축, 자본시장 활성화, 금융중심지 지원 내실화를 4대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월 3일 "세종은 워싱턴 같은 행정수도, 서울은 뉴욕 같은 글로벌 금융·문화수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도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의 경제·행정 2수도 시대를 제시했다. 방향은 분명하다. 서울의 경제·금융 기능을 강화해 국가 금융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이미 같은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왔다. 지난 3월에는 금융산업을 '집적효과와 네트워크가 생명인 산업'이라고 강조했고, 6월에는 정보와 자본, 인재와 기업, 금융기관과 정부 정책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금융중심 생태계가 금융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고 밝혔다. 8월에는 금융기관의 집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대한민국 금융중심지 정책의 기본 취지임을 다시 짚었다. 금융기관 지방이전은 단순한 기관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구축된 금융중심 생태계를 훼손하고 국가 금융경쟁력을 파괴하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이 금융노조의 일관된 입장이다.
대한민국의 금융중심지 정책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는 2007년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금융시장 선진화를 국가적 과제로 제도화했다. 법은 기본계획에 금융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금융기관의 집적 및 금융업의 활성화'를 포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금융기능의 집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금융중심지 정책의 출발점이었다.
그 성과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발표된 제40차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40)에서 서울은 세계 7위를 기록해 직전 평가보다 한 단계 상승했다. 이러한 도약은 금융기능의 집적과 금융중심지 육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같은 평가에서 뉴욕과 런던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홍콩과 싱가포르가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금융도시의 경쟁력 기반에는 금융기관과 자본시장, 전문인력과 금융서비스가 집적된 금융중심지 생태계가 있다. 뉴욕은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우위를 강화하고 있고, 런던과 홍콩, 싱가포르 역시 각자의 전략을 통해 금융생태계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등 집적의 강점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세계 주요 금융도시들은 이렇게 금융을 모아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히려 핵심 금융기관을 흩어놓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겠다는 것인가.
이제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금융중심지를 강화하겠다면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을 비롯한 협동조합,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금융기관을 지방이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가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금융기관을 어느 지역으로 옮길 것인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더 높일 것인지다. 지역균형발전 역시 금융산업의 특성을 무시한 기관 이전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과 기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역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선거가 돌아올 때마다 금융기관을 정치적 필요와 지역 안배의 대상으로 삼는 소모적인 지방이전 논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10월 9일 양대노총 공공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금융노조는 이번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0만 금융노동자의 힘을 모아 국가 금융경쟁력을 훼손하고 금융노동자의 삶과 일터를 흔드는 금융기관 지방이전에 더욱 단호히 맞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