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기존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
지난 2022년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도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그 판단기준으로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를 제시하였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하지만 대다수 하급심에서는 위 대법원 법리를 적용하면서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다.
2. 케이비신용정보 주식회사 임금피크제 판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케이비신용정보 주식회사의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하였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0가합575036 판결, 이하 ‘대상 판결’), 하급심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인정한 드문 판결이다.
케이비신용정보는 만 58세였던 기존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만 55세에 도달한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였다. 임금피크에 들어간 근로자들은 성과등급에 따라 직전 연간 보수 총액 대비 45% 내지 70%를 연 보수로 지급받게 되었다.
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대법원의 4가지 판단기준을 참고할 수 있다고 밝히고 그 중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적정성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했다(사기업은 인건비 절감 외에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①번, ④번 기준은 적용될 여지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근무 기간이 2년 늘어났음에도 만 55세 이후로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임금피크 시행 전 만 55세에서 만 58세까지 3년간 300%의 임금을 고정적으로 받은 반면, 임금피크 시행 후에는 만 55세부터 만 60세까지 5년을 일하더라도 225%의 임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근로자들이 입는 손해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임금삭감의 불이익을 보전하기에 충분한 대상조치(업무량, 업무강도 저감 등)가 없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