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 "서민금융 공급 확대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겠다" 각각 30일과 31일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금리 상승과 가계부채 부담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자, 서민이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해외 은행들 대비 크지 않은 순이자마진(NIM) 구조를 가진 국내 은행들이지만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기준금리 상승으로 전례없는 높은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초과이윤세(횡재세) 국내 도입 얘기도 나온다.
애초에 가계부채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잘못됐다. 고금리로 인한 일시적인 수익을 과도한 이자장사로 매도했고, 은행의 팔을 비틀어 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는 '관치금융'으로 일관했다. 정부재정 투입 없는 서민 지원은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는 증가한 은행 수익보다 더 커진 규제위험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은행주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잠재적인 손실은 은행 문턱을 높여 금융취약계층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고통의 악순환을 양산한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철 없는 금융의 정치화, 악마화다. 국민들의 대출상환 부담 증가를 단순히 은행들 '돈장사' 탓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은행 노동자들마저 파렴치한 취급한다. KB금융지주 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원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타 국가 대비 높지 않으면서 은행자산규모 대비 은행원 수도 월등히 적다. 한마디로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1.5명, 2명 분의 일을 해내고 있다. 서민과 금융의 사이를 벌이면 결국 금융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서민들의 금융접근성이 저하되어 부의 양극화만 초래한다.
이런 현실에서 성과급, 퇴직금 공개 역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은행 성과급은 노사간 이익배분제 합의에 근거한 단체교섭의 결과이며, 일부 대기업처럼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희망퇴직금은 은행이 임금피크에 진입한 노동자들을 내보내기 위해 잔여 재직기간 중 받게 될 급여 일부를 제시하는 수준이다.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하는 노동자와 인력운용 선순환 및 효율화를 원하는 회사의 합의점일 뿐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밤새고 일했던 금융노동자들은 '은행 악마화'에만 매달리는 정부를 보며 분노하고 있다. 실의에 빠진 고객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조금이라도 더 도움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공무원도 하지 않는 상여금, 퇴직금 공개를 강요한다면 반드시 정권 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정부의 "금리 올려! 금리 내려!"와 "돈장사" 비난을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10만 금융노동자를 대표하는 금융노조는 요구한다.
- 윤석열 정부는 정책실패와 무능을 감추기 위한 은행 악마화, 금융의 정치화를 즉각 중단하고 정부재정 편성을 통한 서민금융 지원책 마련에 즉각 나서라!
- 헌법상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은행 퇴직금, 성과급에 대한 공개를 즉각 중단하고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대통령실∙검찰 특활비나 공개하라!
- 금융 사용자들은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망각한 채 지속 중인 비정규직 고용 확대와 처우개선 외면, 수탁회사에 대한 최저입찰제를 즉각 중단하고 ESG 경영 실천에 나서라!
금융산업을 30년 전 금리자율화 이전으로 퇴행시킨 정부에 대한 국민들과 금융노동자들의 심판의 날이 멀지 않았다.
2023년 11월 1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