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사흘째 대통령의 '은행 악마화'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 대출에 비해서 가계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이 더 부도율이 적고, 대출 채권이 안정적인데 도대체 이런 자세로 영업해서는 안 되며 체질을 바꿔야 한다.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대한민국 은행만 독과점이고, 독과점으로 인해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독과점체제를 (완전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그럴듯한 논리는 완전히 잘못된 무식한 발언이다. 아무 말 대잔치이자 거짓 선동이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은행업만 과점체제인 것처럼 말했으나, 은행산업이 과점체제가 아니라 완전경쟁체제인 국가는 없다. 은행업에 대한 철저한 몰이해다. 누군가가 금융산업을 어떤 규제도 없는 완전경쟁시장으로 바꾼다면 그 나라 경제는 망한다.
대통령이 언급한 '가계여신과 SME여신의 건전성이 기업여신의 건전성보다 더 뛰어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2023년 8월 은행통계 월보에 따르면 8월말 기준 1일 이상 연체율은 SME여신이 0.7%로 기업여신 0.6%보다 0.1%p 높고, 30일 이상 연체율은 SME여신과 기업여신이 0.5%로 동일하다.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는 말은 '이자마진이 높다'는 주장으로 보이지만 역시 '은행 악마화' 선동에 불과하다. 한국의 전체 은행 자산 대비 5대 은행의 비중은 88%로 OECD 38개국 중 21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다시 말해 대형은행 집중도가 높은 수준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21년 기준 1.6%로 OECD 38개국 중 18번째로 낮은 중위권 수준이다. 은행 집중도가 높으면 시장지배력이 높은 대형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커지기 때문에 순이자마진도 높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실증분석 연구에서는 높은 은행 집중도가 대형은행의 규모의 경제 효과와 대형은행 간 과당경쟁 효과로 인해 오히려 순이자마진이 낮은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대통령으로서 고금리로 고통 받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거짓말, 거짓 선동을 해서는 안 되며, 특정 대상을 근거 없이 악마화해서도 안 된다.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조금이라도 도움 줄 의사가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지역화폐 예산 증액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야하는 것 아닌가? 무지한 인식으로 거친 언어를 써 국민들을 선동하고 소상공인과 금융산업 간에 이간질이나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할 일인가? 어떻게 대통령으로서 통치할 생각은 않고 전 정권 탓, 야당 탓, 노조탓, ILO 탓, 은행 탓 등 혐오정치만 일삼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거짓 선전과 은행 악마화, 은행원 죽이기, 혐오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
2023년 11월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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