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행연합회(이하 은행연합회)는 오는 11월 30일 현 김광수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위한 막바지 절차에 돌입했다. 언론에서는 민간출신이냐 관출신이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 뿐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있다. 바로 은행연합회장의 역할과 자질에 대한 검증이다.
지난해부터 ‘은행 때리기’를 일삼던 윤석열 정부는 최근 그 수위를 높여 ‘은행 악마화’를 시작했고, 코로나19 시기에 경제방역 최전선에 섰던 금융노동자를 약탈자라 스스럼없이 칭하고 있다. 금융정책을 국가의 중요한 경제 정책적 관점이 아닌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저열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이 같은 파렴치한 태도로 인해 발생한 국가경제 악화의 피해는 애꿎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간 관료 출신의 모피아가 은행연합회장으로 오면서 발생했던 폐해를 목도 해 왔듯이,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역할을 망각한 채 정부의 대리인만을 자처할 후보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가운데 유일한 관료(모피아) 출신으로, 2014년 KB금융에서 또 다른 낙하산 인사인 이건호 당시 KB국민은행장과 주전산기시스템 교체 사업을 놓고 ‘집안싸움’을 일으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고 불명예 퇴진당한 인물이다. 조준희 전 행장은 기업은행 내부 행장 출신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선캠프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지금 금융산업에 필요한 인물은 모피아도,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도 아닌 금융전문가이다.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금융사들의 과도한 경쟁이 산업의 올바른 발전이라는 울타리를 넘지 않도록 조정하며, 정치권력으로부터 금융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 막중한 책무를 지닌 은행연합회장직에 10년 전 은퇴해서 한물간, 그것도 낙하산 논란과 집안싸움까지 벌여 금융질서를 문란케 한 모피아 올드보이, 정치권에 줄을 댄 인사가 웬말인가!
10만 금융노동자들은 모피아 올드보이, 정치권 인사의 선임에 반대한다! 부적격 인물이 금융산업을 위하는 척하며 정부의 대리인만 자처하는 꼴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회장의 역할과 권한의 무게가 막중한 만큼 은행연합회와 회원사 대표들은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낙하산 인선, 관치금융이라는 그간의 불명예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금융산업의 노동자들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평가하길 바란다. 금융노조 또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10만 금융노동자를 위해 은행연합회와 회원사 대표들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2023년 11월 1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