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노사공동 사회공헌 확대를 요구했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공감했기에 임금, 근로조건을 논의하는 임단협 제 1 안건이 사회공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노조의 요구를 끝내 거절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민생행보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이 독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갑질을 한다'는 엉뚱한 결론을 내렸다. 연초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 발언에 6개월간 '은행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TF'를 운영하고도 답이 없음을 확인한 관료들은 대통령의 오답 제시에 맞춰 '있지도 않은 이행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민주당마저 포퓰리즘 정책 경쟁에 참전해 '횡재세'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은행들이 기여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예대마진 차를 줄이면 대출금리가 안정될 것이고,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한 혁신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며, 위기 때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기관이므로 초과 수익 회수도 정당하고, 사회공헌과 상생금융을 기여금으로 냄으로써 고금리 차주들의 부담을 직접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여금을 법제화하면 금융당국의 시도때도 없는 팔비틀기를 막을 수 있지 않냐고 강조한다.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를 숨기고, 국민들의 불만을 '돈장사'하는 은행 탓으로 돌리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금융악마화와와 대통령의 무지는 두 말 할 가치도 없다. 또 서민들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고통을 이익을 낸 은행들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횡재세'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 금융노조 역시 강령에 "금융산업의 민주화와 국민경제의 균형된 발전", 즉 금융공공성 추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산업과 시장, 금융소비자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생각하면 횡재세는 너무나 성급한 결론이다. 대출금리 안정, 혁신과 경쟁력 강화 등은 반대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곧 현실화할 ELS, ELT 손실처럼 비이자수익의 강화는 늘 동전의 양면처럼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사회공헌기금, 은행연합회가 약속한 3년간 10조원의 사회공헌 약속 전부를 기여금으로 '퉁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사회공헌 기관들의 출연 중단은 수혜를 받던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외국인 주주 비중이 60~70%에 이르는 금융지주회사들의 주주 이탈도 우려된다. 금융경쟁력이 떨어지고 국제신용등급 하락도 이어질 수 있다. 대서사시에 가까운 금융산업 정책을 이렇게 속성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해당사자이자 정책연대 파트너인 우리 금융노동자들과 상의 없이 동 법안을 당론화한 점은 심각한 문제다. 횡재세 논의가 시작되자 금융노조는 대표발의 의원들에게 부정적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12월 7일에 "은행권 고수익 논란, 횡재세가 답인가?"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불과 수 일 만에 동 법안을 발의함과 동시에 사실상 당론화했다. 이는 심각한 신뢰 위반 사태로 금융노조는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카드사태, 동양증권사태 등에서 경험했듯 금융에 대한 몰이해와 관치금융의 피해는 금융취약계층과 서민들, 그리고 우리 금융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금융산업을 총선용 표팔이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신중하지 못한 포퓰리즘 정책은 국가 경제와 금융산업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
다시 한번 촉구한다. 정부와 여당은 '독과점', '갑질' 운운 등 금융악마화를 중단하고 국가경제 위기와 서민의 고통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더불어민주당은 횡재세법 발의안을 철회하고 금융노조와 함께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공공성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거시적 정책대안 논의에 나서라!
2023년 11월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