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금융위는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제고 및 파생결합증권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며 "특정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DLS(파생결합증권) 발생 증가에 따른 증권사 및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며 그 예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둔 ELS·DLS를 들었다. ELS 사태를 예견했지만 막지 못한 것이다.
3년 뒤인 2019년 12월, 금융당국은 DLS/DLF 사태 수습을 위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ELS는 고위험 투자상품이기에 은행 판매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은행의 특수성, 소비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 조건부로 허용’ 하기로 한 것이다.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외면한 채 은행이 위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준 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당국은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난하고 ‘완전경쟁 필요’를 역설하며 비이자수익 확대를 압박했다. 결국, 금번 ELS 사태는 당국의 은행 비이자수익 확대에 대한 압박과 금융회사의 성과 중심의 탐욕, 그리고 양측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초래한 인재다.
지난 십수 년간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그리고 작금의 ELS 사태까지 파생금융상품 투자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고위험 상품의 은행 창구 판매 제한’과 같은 본질적인 대책 요구를 무시한 채 금융의 본질인 자금중개를 ‘땅 짚고 헤엄치기’, ‘이자 장사’로 폄훼했다. ‘금융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은행의 비이자수익 확대를 압박하며 은행을 성과주의의 첨병으로 삼고 은행원들을 과당경쟁 속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또 한 번 금융소비자들은 금융당국의 관리 소홀과 투기적 금융 장려의 희생양이 되었다. 금융당국은 금번 사태의 방관자가 아닌 원인제공자이며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또한, 이번 ELS 사태 수습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조치는 2024년 ‘밸류업 정책’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식시키겠다는 대대적인 선전을 무색하게 만들며 그 무능함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의 책임은 없는 듯 판매직원을 죄인 심문하듯 조사하고, 은행에는 ‘선제적’, ‘자율적’ 명분의 배상을 강제하는 것은 금융 선진화와 금융시장 활성화에 역행하는 조치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경제의 상호 연결성과 금융시장의 복잡성을 예측하지 못한 채, 말로만 ‘아시아 금융허브’, ‘선진 금융 강국’을 외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만 반복하는 사이, 국내투자는 외면당하고 투기만 판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근본적 재발방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완전경쟁’, ‘이자 장사’ 등 잘못된 진단을 반성하고, 금융정책 기조를 재정립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관리·감독체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소비자 구제와 또 다른 피해자들인 금융노동자 보호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ELS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중단하라!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표몰이를 위해 책임분담안 등의 대책을 졸속으로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책임 있는 자세로 해소하라! 이번 주로 계획된 당국의 사태해결방안 발표 이후에도 ELS 사태의 후유증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금융노조는 금번 사태를 금융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려는 금융당국과 사용자들의 그 어떠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응징할 것임을 밝힌다.
2024년 3월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