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가 4월 24일(수) 오전 국회 제3간담회실에서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금융노동포럼을 개최했다. 키코, DLF, 라임·옵티머스, 홍콩 H지수 ELS 사태 등 지난 십수 년간 이어져 온 파생금융상품 투자 잔혹사를 돌아보고, 원인 제공자인 금융당국의 책임을 톺아보자는 이유에서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 및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주최하고 금융경제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이 좌장을,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와 최원철 금융노조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강경훈 동국대 교수,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둘러싼 논란의 원인과 해법이 무엇인지 심도있게 논의했다. 특히 ▲은행에게 원금 비보장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특정 파생상품에 집중한 은행의 경영 전략에는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불완전판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성과지표(KPI)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금융당국의 은행 비이자수익 확대 지침은 문제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발제를 맡은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고위험 상품 투자자 보호 조치 강화와 금소법 시행에 따라 금융소비자보호 규제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되었으나, 실제 판매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장치들이 일선 영업 현장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전반적으로 충실히 작동되지 않았다”며 “금융권 전체의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최원철 금융노조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은 “금융권의 지적을 무시한 채 판매를 방관한 금융당국으로 인해 홍콩H지수의 손실이 현실화되자 금융당국과 대부분의 언론은 은행의 불완전판매에만 초점을 맞췄다. 또 손실 고객들의 지속적인 민원과 항의는 모두 창구 직원들에게로 돌아갔다”면서 “예적금보다 투자상품을 잘 팔아야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던 창구 직원들은 맡은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한순간 가해자로 낙인찍혀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KPI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금융감독원의 배상기준의 문제점을 짚었다. 강 교수는 “은행권에서 금감원의 배상기준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배임의 우려가 있으며, 주부와 고령자 등을 일률적으로 취급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세부사항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시키는 방안과 각 은행의 역량에 맞는 판매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통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금융상품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금융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올 상업은행 및 투자은행 구분 폐지, 금융정책당국의 정책실패, 금융회사의 과도한 단기 성과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경영진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부통제와 인사관리를 중심으로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형태를 들여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투자상품 판매에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소비자에게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비대칭성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KPI제도가 가지는 이해상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금융투자상품을 취급하는 실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제도의 구조적 위험성을 해결하는 것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길이다”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