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52시간제 예외와 주4일제 추진은 형용모순
그런데 하루 만에 태도가 바뀌었다. 11일,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주52시간 근무제의 예외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나 주4일제 추진과 양립가능하다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특히, 고액 연봉자와 수당 지급을 조건으로 예외를 둘 수 있다는 발언은 "돈만 주면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목숨을 잃어도 괜찮다"는 말처럼 들린다. 윤석열이 추진했던 '주69시간 근무제'와 무엇이 다른가? 하루에 15시간씩 4일을 일하면 그것도 주4일제라고 자랑할 것인가?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한다
주52시간제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장시간 노동은 뇌심혈관계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야간노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된다. 수당을 지급하든, 특정 산업에 한정하든, 결국 노동시간 연장이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다. 한 번 예외가 허용되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길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은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끝내고 새로운 사회를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온 국민이 내란세력의 총칼을 맨몸으로 막아 만들어낸 기회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꿈꾸는 '다시 만난 세계'가 노동후진국으로 가는 죽음의 문턱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