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을 쥐어짜 세수 부족을 메우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올해 정부에 약 8천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업은행 역시 주당 1,065원의 배당을 결정해 기재부가 약 5천억 원을 가져가게 됐다. 약 800억 규모의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기업은행 노동자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정당한 요구임에도 총인건비제를 내세워 임금 지급을 거부했던 기재부가, 공공기관 노동자의 성과를 가로채 조세정책 실패를 메우려 하고 있다.
과도한 배당 요구…자율 경영은 어디있나?
합법적인 공공기관 수탈은 기형적인 배당금 결정 구조에서 비롯된다. 매년 1월 정부출연기관은 자체 경영 판단에 따라 배당안을 마련해 기재부에 제출한다. 그러나 최종안은 대부분 기재부 인사로만 구성된 배당협의체가 확정한다. 이들은 늘 기관의 배당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해왔으며, 기재부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 과도한 배당 요구 앞에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은 존재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공기관 수탈은 더 심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 확정 배당금과 공공기관 배당안과의 차이는 1조 원(2019~2021년)에서 2.8조 원(2022~2024년)로 대략 3배 증가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공공기관이 정부 재정을 보충하는 배당금 ATM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로 인한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공공서비스 질 저하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부 위의 정부, 기재부를 해체하라
공공기관 운영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기재부 중심의 지배구조 속에 공공기관은 국민을 위한 공적 역할 수행 기관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 부담을 떠안는 수단이 될 뿐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정부 위의 정부로 군림해 온 기재부를 해체해야 한다.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 기재부의 과도한 권한을 제한하고, 노정교섭을 통해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는 시장만능주의와 친재벌 경제 정책으로 불평등을 확대했던 기재부의 만행을 끝장내고, 공공기관의 민주적인 운영과 공공성 강화로 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삶을 책임지는 사회를 설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