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0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추가 인건비 지급을 허용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 판단 기준을 변경한 데 따른 조치로, 총인건비 한도를 넘어 지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판결이 있거나 권한 있는 행정기관의 확인이 있는 경우로 제한됐다. 그럼에도 공운위의 이번 결정은 총인건비제의 모순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자, 장기간 임금체불 상태에 놓여 있던 공공기관 노동자들에게 뒤늦게나마 정당한 권리를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총인건비제의 근본 문제 해결해야
그러나 근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총인건비제라는 제도가 존속하는 한 노사 자율교섭은 계속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법원 판결 직후 즉시 조정할 수 있었던 임금을 8개월이 지나서야 지급받게 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11일 통상임금 확대분 예외 승인을 얻기까지 7개월간의 임단협 투쟁과 사회적 설득 과정을 거쳐야 했던 사례 역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금융노조와 현장 노동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연대가 없었다면 이번 결정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총인건비제 개선·노정자율교섭 논의를 시작하자
정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총인건비제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이 거듭되더라도 총인건비제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노동자를 각종 지침으로 통제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자율적인 노정교섭을 통해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공운위의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하지만 총인건비제 개선과 노정교섭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이번 결정의 의미는 반쪽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노동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권리를 외면당하는 현실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