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강조한 대통령 발언, 국정과제와 모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나라재정절약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도 세기 어렵다"며 대대적인 통폐합을 지시했다. 공공기관을 오직 '효율'의 잣대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는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기본이 튼튼한 사회'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석열 정부의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경영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뭐가 다른가. 공공기관은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안전·복지·건강을 지키는 사회적 기반이며,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재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보수정권의 '효율' 집착, 반복된 실패
역대 보수정권은 공공기관의 '효율'에만 집착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밀어붙였지만, 부채는 오히려 증가했고 개혁은 실패로 끝났다. 박근혜 정부는 '정상화'를 내세워 기관장 해임과 복지 축소, 노사관계 통제에 몰두했고, 공공성 강화는 뒷전이었다. 윤석열 정부 역시 '혁신'을 내세워 사회적 가치 지표를 축소하고 재무성과를 강화했으며, 공공기관을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몰아넣었다. 공공기관 노동자와 국민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일방적 개편만이 강행되었다. 결국 공공기관은 '방만경영'이라는 낙인을 뒤집어썼고,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적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금 필요한 건 효율이 아닌 공공성 강화
대한민국의 공공부문 고용은 전체 고용의 8.8%(2021년 기준) 수준으로, OECD 평균 18.6%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재정지출 비율 역시 GDP 대비 38%(2021년 기준)로 OECD 38개국 중 32위라는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공공부문은 결코 과도하지 않고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다. 교통·에너지 등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합리적 통합·재편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오로지 ‘효율’만을 앞세워 비용 절감과 인력 축소를 목적으로 한 무작위 통폐합은 공공기관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정책일 뿐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과 복지, 일자리와 돌봄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의 든든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의 '효율' 집착은 언제나 민영화와 외주화로 이어져 공공성을 파괴해 왔다. 그 실패의 역사를 반복해선 안된다. '기본이 튼튼한 사회'라는 국정과제는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2025년 8월 19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한국노총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