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어제 우리의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보수언론의 '언론공작'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낯설지 않은 일입니다. 사측과 언론은 언제나 노동자의 정당한 투쟁을 매도하며 길을 막아섰습니다. 2002년 주5일제 도입 당시에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결국 금융노조의 손을 들어주었고, 국민 모두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오늘의 공격 또한 우리가 옳은 길 위에 서 있다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지난 몇 년간 은행들은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점포를 무더기로 닫고 수천 명의 동료들을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정규직 일자리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채워졌습니다. 남겨진 노동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 속에서 더 많은 업무를 감당해야 했고, 끝없는 성과 압박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고객 앞에서는 웃음을 지어야 했지만, 그 웃음 뒤에는 지쳐가는 심신과 무너져가는 삶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이 이어진다면 금융산업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우리의 일자리 역시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고통은 우리 세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작년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꼽은 행복의 조건은 '건강한 몸'과 '화목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회로 남아 있는 한, 부모도 아이도 행복의 조건을 결코 찾을 수 없습니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의 부모님을 보니, 우리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이보다 더 큰 사회적 경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양한 꿈을 키워야 할 시기에, 지금의 사회는 아이들에게 꿈꾸는 것조차 포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동지 여러분, 지금이 바로 선택의 순간입니다. 이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금융산업과 우리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싸운다면, 미래는 달라집니다. 주4.5일제는 단순한 휴식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웃으며 자랄 수 있는 시간, 부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 금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더 많은 휴식이 아니라,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2002년을 기억합시다. 우리의 선배들은 광장에서 "토요일을 쉬게 하라!"고 외쳤습니다. 그때도 보수언론은 공격했고, 사측은 끝내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선배들의 결단과 희생, 연대와 투쟁이 결국 대한민국 최초의 주5일제를 열어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지만, 우리가 함께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그 역사의 힘을 믿고, 주4.5일제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두려움 속에 멈춰설 것인가, 아니면 주4.5일제 시대를 여는 첫 세대가 될 것인가, 역사는 지금 우리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동지들을 믿습니다. 우리가 내일 광화문에 모여 목소리를 하나로 모은다면, 그 순간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내일 우리가 멈추는 하루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미래를 살리기 위한 값진 희생입니다. 동지 여러분, 흔들림 없이 함께 나아갑시다. 반드시 승리합시다! 그리고 주4.5일제를 우리의 힘으로 열어냅시다!
내일 광화문에서 뵙겠습니다. 투쟁!